회암사지박물관 ‘절집의 어떤 하루’ 특별전

회암사지박물관의 ‘절집의 어떤 하루’ 특별전에는 정윤경 작가의 ‘승방에서 나오는 동자’ 등 동화작품이 선보인다.

조선 최대 왕실사찰 회암사
일상생활과 노동, 손님 등
‘생활 공동체’ 면모 조명해

백자그릇 등 유물 100점과
동화 ‘바보동자’ 원작으로
전시스토리 재구성해 전시

동자는 이른 새벽부터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과가 고되기도 하지만, 오늘은 절에 중요한 손님이 온다는 기대감에 동자는 방에서 일어나 법당으로 향한다. 줄을 지어 법당에 들어선 뒤 향을 피우고 부처님께 세 번 절을 올리며 아침 인사를 드린다. 불전 사물(四物)의 울림을 들으면서 부처님께 아침예불을 올리고 나서 동자는 하루의 일을 시작한다.

“하루를 일하지 않으면, 하루를 먹지 않는다.” 백장청규의 가르침대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모두 절 안팎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동자도 오늘은 뒷간 청소를 위해 나선다. 뒷간은 청소할 때는 힘이 들곤 하지만, 농사의 기본인 거름을 생산하는 즐거운 일이다. 

농사, 청소, 음식 준비 등 여러 노동으로 부산하게 돌아가는 절집의 광경을 살펴보며 동자는 든든하게 공양을 마친다. 각자 소임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 정해진 규칙(청규)에 따라 밥을 먹는 등 모든 행위는 하나하나가 모두 마음을 닦는 수행의 일환이다.

특히 오늘은 나랏님이 절집에 방문하시는 날이라 모든 경내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회암사는 왕실로부터 막대한 후원을 받았고 왕실 인물들의 행차도 자주 이뤄진 왕실사찰이었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불교의식에 쓰이는 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 절 가장 뒤편을 수놓았던 꽃계단은 아름다운 꽃들로 새롭게 단장해 분위기를 더했다. 동자는 여기저기 즐겁게 둘러보다가 먼발치에서 임금님의 행차까지 눈에 담았고, 특별했던 오늘 하루를 마음속에 간직하며 잠이 든다.

어린 동자의 눈에 비친 사찰에서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는 특별전시회가 마련됐다. 양주 회암사지박물관은 5월31일부터 8월4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절집의 어떤 하루(Any day in a Temple)’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는 3000명이 넘는 대중이 함께 수행정진한 회암사에서의 일상생활에 대한 기록과 유물을 살펴봄으로써 회암사에서 어떤 양식의 생활문화가 있었는지 엿보는 색다른 전시회로 마련됐다. 이는 회암사지박물관이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조선시대 사찰의 해우소 문화를 엿보는 ‘대가람의 뒷간 厠’ 특별전을 연데 이어 옛 사찰 생활문화를 유추하는 2번째 전시회인 셈이다.

회암사는 고려 때 창건돼 지공화상과 나옹화상, 무학대사 등 고려말 조선초 불교문화의 꽃을 피운 3대 화상이 주석한 수행도량이다. 특히 조선 최대 왕실사찰로서 최대 3000명이 넘는 대중 스님이 상주하며 수행정진할 만큼 대가람으로서의 사격을 갖췄다. 현재 약 3만㎡ 크기의 넓은 회암사지에 남아 있는 대량의 온돌과 거대한 공중화장실, 커다란 맷돌 등을 살펴보면 그 규모가 결코 허구가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백자 동자상’을 비롯해 효령대군 선덕갑인이 새겨진 ‘범자문 수막새(梵字文瓦)’, ‘큰쇼’가 새겨진 백자 그릇, 가사(袈裟)와 장삼, 경쇠, 청동숟가락과 젓가락 등 100점이 넘는 유물이 선보인다. 그러나 오랫동안 땅 속에 묻혀 있은 데다가 건물은 물론 많은 유물 중에서도 옛 회암사의 생활상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에 박물관은 유물만으로는 일상생활을 유추하기가 힘든 만큼 회암사지박물관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사찰에서의 일상생활을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가 있는 동화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정찬주 작가가 글을 쓰고, 정윤경 작가가 동화 그림을 그린 <바보동자>를 원작으로 전시스토리와 그림을 변형했다. 옛 회암사에서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도록 ‘절집의 일상’ ‘절집의 노동’ ‘절집의 손님’이라는 3가지 주제에 맞게끔 전시회를 꾸몄다.

회암사지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회암사를 무대로 한 가상의 어떤 하루 이야기를 설정했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렀을 대가람의 하루 이야기를 통해 절집의 일상을 이해하고, 그 일상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수백년 전 회암사의 생활상을 직접 머릿속에 그려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동숟가락과 젓가락 등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큰쇼’가 새겨진 백자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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