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미소’ 창령사지 오백나한 새롭게 태어나다

강원지역 현대작가 26명
오백나한상 재해석한 뒤
그림과 공예 등으로 표현

수백년 뛰어넘은 ‘콜래보’
오백나한상 서울 나들이
국립중앙박물관서도 전시

지난 2001년 5월1일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 폐사지에서 화강암으로 만든 30cm 내외의 석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고려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석불은 328기에 달한다. 창령사지(蒼嶺寺址) 오백나한상(五百羅漢像)의 일부로, 수백년간 땅 속에 묻혀 있다가 다시 사바세계로 되돌아온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특히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한 뒤 궁극의 경지에 이른 ‘나한(羅漢)’이지만 창령사지 오백나한상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천진불로 다가왔다. 마치 순진무구한 동자승을 보듯 친근함이 느껴진다. 울고 웃으며, 수줍어하는 표정, 눈을 지긋하게 감고 참선하거나 바위 뒤에서 살짝 고개만 내민 흥미로운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보 제84호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이 ‘백제의 미소’로 불리듯이 창령사지 오백나한상은 ‘강원도의 미소’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고려 후기 조성된 창령사지 오백나한상의 미소를 21세기에 걸맞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특별 전시회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창령사지 오백나한상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과 강원지역 미술인 모임인 사단법인 아트인강원(이사장 김명숙)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5월26일까지 춘천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창령사터 오백나한, 현대미술과 만난 미소’ 특별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춘천박물관과 아트인강원 소속 작가들이 힘을 합쳐 강원지역의 우수한 전통문화인 창령사지 오백나한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특별전으로 마련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려 후기 오백나한상을 조성한 고려 예술인의 불교문화와 21세기를 사는 현대작가의 눈으로 재해석해 종이와 섬유, 점토 등 다양한 미술재료와 표현기법을 활용해 만든 예술작품을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아울러 특별전에서는 국립춘천박물관이 지난해 연 ‘어린이 그리기 대회’ 상위 수상자 14명이 새롭게 만든 나한 그림은 성인 작가의 작품과는 차별화된 기발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써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명숙 아트인강원 이사장은 화강암으로 만든 오백나한을 ‘섬유’로 표현한 ‘Arhat in Soul Garden(마음의 정원 속 나한)’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김 이사장은 나한상의 여러 이미지와 그것을 표현하는 오브제(생활에 쓰이는 갖가지 물건들을 작품에 그대로 이용한 것)간의 물성 사이에서 생긴 촉각과 시각의 인력적 조화를 조형적으로 구체화시켰다. 이를 통해 섬유의 물성으로 나한상의 명상적 깊이와 힐링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근우 강원대 미술학과 교수는 오백나한을 켄버스 위에 그림으로 담아냈다. ‘Cosmos-고고학적 기상도 나한∞’ 작품은 무한대 ‘∞’안에 나한상을 담아냄으로써 무한한 우주세계를 나타냈다.

이와함께 창령사지 오백나한상이 서울나들이에 나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도 보다 편하고 쉽게 오백나한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춘천박물관은 오는 29일부터 6월1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창령사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나한’ 특별전을 연다.

오백나한상 가운데 90여 점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김승영 작가가 벽돌과 스피커를 이용해 나한을 표현한 설치작품을, 박종우, 서헌강, 한정엽 작가가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전시회와 연계한 아트 토크도 펼쳐진다.

아트 토크는 오는 30일 오후2시 국립중앙박물관 도서관 기증문고실과 특별전시실에서 ‘나한전의 벽돌, 스피커 설치작품’을 만든 김승영 작가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이어 5월7일에는 박경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힐링과 치유의 나한전’을, 5월14일 최선주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장이 ‘한국의 자유자재한 나한의 도상’, 5월21일 강삼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한국의 오백나한 신앙’을 주제로 각각 강연할 예정이다.